‘In Dialog’는 “세계의 미술과 한국의 미술을 연결”하고자 하는 솔올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전시 프로젝트로, 세계 현대미술의 주요 맥락을 조명하는 솔올미술관의 기획전시와 미학적 담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한국의 현대미술을 함께 소개한다.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는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활동했던 미술가 곽인식의 작품이 소개된다. 프로젝트 «In Dialog: 곽인식»을 통해 시대를 공유했지만 공간적, 문화적, 역사적 배경이 다른 루치오 폰타나와 곽인식 사이에 흥미진진한 미학적 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1919년 한국에서 태어난 곽인식은 193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미술을 전공했고, 서구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을 경험했다. 곽인식은 초현실주의, 앵포르멜, 폰타나의 공간주의 등 1950년대 중반 이후 서구 미술의 주요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탐구했고, 동시에 자신의 고유한 미술언어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감행했다. 1960년대 초 재료의 물질성에 집중한 곽인식은 화면에 변형을 가하거나 돌이나 유리, 철판 등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작품을 창작했다.
두 미술가 사이의 직접적인 교류는 없었지만 곽인식의 몇몇 작품은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주의(Spatialism) 작업과 미학적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폰타나가 평면성을 벗어나 시공간으로 작품을 확장시키고자 캔버스를 찢었다면, 곽인식은 ‘물질성의 탐구’에 집중하며 철 구슬로 유리판을 깨뜨리거나 동판을 찢고 다시 봉합했다. 그들 작품의 방법론적 유사성은 충분히 비교해볼 만 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두 작가의 작업 세계는 전통과 물질성이라는 주제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폰타나는 물리적으로 유한한 예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공간과 빛, 경험 자체로 작품을 확장시킨 반면, 곽인식은 “사물의 말을 듣는다”라는 작가의 표현처럼 재료 자체에 수행적 행위를 가하며 고유한 감각으로 물성을 깊이 탐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