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상화의 작업 세계

​​정상화는 자신의 창작행위를 ‘일’이라 칭한다. 창작행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가 엿보인다.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삶의 방식에서도 덧붙이거나 채우기보다 덜어내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작가는 평면에서 평면을 찾아 들어갈 뿐 읽어야 할 의미나 특정한 내러티브를 담지 않는다. 드러내고 메우는 반복적인 과정은 작가의 호흡과 맥을 같이 한다. 이로써 평면 속에 깃들어 있는 무한대의 평면이 밝혀진다. 그만큼 작업의 과정과 행위가 결정적이다. 미묘하게 뉘앙스를 달리하는 무수한 색, 그리고 시각적 촉각을 유발하는 섬세한 결의 움직임은 ‘하나의 전체’로 경험된다.

정상화는 예술이라는 건 학문을 대하듯 “알려고 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저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다.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더라도, 관객이 작품을 보며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느끼고 돌아갈 때 작가는 가장 흐뭇하다고 말한다.

90세가 넘은 노장의 작가는 여전히 현재의 화면에 안주하지 않는다. 긴 화업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온 작가는 앞으로 본인의 작품이 어떻게 또 변화할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러한 작가의 예술관과 노동의 경건함이 담긴 작업 태도는 관객으로 하여금 울림과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