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정상화의 작업 과정

정상화의 작품을 천천히 응시하면 화면 위 연결된 작은 사각의 경계에서 들고나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고요하고 차분하며 정적이고 명상적인 색의 변주 앞에서 감상자의 시선은 깊이 빠져든다. 이러한 몰입의 경험은 정상화가 취하고 있는 고유하고 독특한 회화 기법과 무관하지 않다. 정상화의 백색추상 작품은 매지 않은 캔버스에 순백의 고령토를 덮어 바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꾸덕꾸덕해진 캔버스를 가로세로 주름잡듯 접고 꺾으면 격자 모양의 금이 생긴다. 금이 간 네모꼴의 고령토 조각을 뜯어내고 그 자리를 아크릴 물감으로 메운다. 바르고 말리고 꺾고 접고 뜯고 메우는 과정이 반복을 거치면서 정상화 고유의 평면이 드러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생성된 정상화의 작품은 그려진 그림이 아니라 만들어진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은 작가의 치밀한 계획 하에 이루어지지만 물감이 건조되고 떨어지는 과정에서 작품은 마치 스스로 형태를 찾아가듯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비로소 완벽한 조화, 완벽한 균형, 완벽한 형태에 이르면 작가의 손은 멈추고 작품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