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영원하지만 불멸할 수 없다. […] 예술은 행위(gesture)로서 영원하지만 물질적으로는 수명을 다할 것이다. […] 우리는 영원이라는 감각을 불멸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 미술을 물질로 부터 분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수행된 하나의 행위가 한순간에 불과하든 천 년 동안 생명을 이어가든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행위가 수행됐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원하다는 것을 확신한다.”
–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주의–제1차 공간주의선언문」 중에서
이탈리아 현대미술의 거장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는 전통적인 예술을 극복하고 기술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새롭고 다차원적인 미술 형식을 제안하는 기념비적 「백색 선언」(Manifesto Blanco)을 1946년 발표했다. 우리는 예술의 진화를 이어가고자 한다”로 시작하는 선언문은 새로운 미술에 대한 폰타나의 강한 의지와 함께 여러 미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백색 선언」을 공개한 이듬해인 1947년 폰타나는 「공간주의 – 제1차 공간주의 선언」(Spaziali. Primo manifesto spaziale) 을 발표하면서 자신의 예술적 지향점을 더욱 견고히 드러냈다.
솔올미술관이 개관전으로 준비한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은 「공간주의 – 제1차 공간주의 선언」 발표 이후 본격화된 폰타나의 공간주의 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작가는 오로지 형태와 색, 소리의 조형성을 공간에 담아내고, 거기에 감상자의 움직임을 더해 작품을 4차원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했다. 그 결과 1947년 빛을 이용해 공간개념으로 작품을 확장시킨 〈공간 환경〉(Ambiente spaziale) 연작이 탄생했다. 또한 폰타나는 전통 회화가 지닌 평면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캔버스에 구멍을 내거나 칼자국을 낸 〈뚫기〉(Buchi)와 〈베기〉(Tagli) 연작을 통해 자신의 〈공간 개념〉(Concetto spaziale)을 발전시키면서 현실의 물리적인 공간을 작품의 미학적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1940년대부터 60년대까지 소개되었던 공간 주제 작품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 환경〉 여섯 작품을 선보인다. 물질성을 넘어 빛과 공간으로 확장된 폰타나의 작품으로 초대된 감상자는 작품의 중요한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 이 전시는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KoRICA)의 기획과 루치오 폰타나 재단(Fondazione Lucio Fontana)의 협력,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Ambasciata d’Italia Seoul),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Istituto Italiano di Cultura di Seoul)의 후원으로 만들어졌습니다.